얼마 전 중고로 ‘미니 쿠퍼 컨버터블’을 들였습니다. 필자의 열아홉 번째 자동차이자, 네 번째 미니이자, 두 번째 미니 컨버터블입니다. 올해 5월 30일에 구매했으니 벌써 두 달이란 시간이 지났는데요. 두 달간 3,000km를 타면서 느낀 중고 미니의 가치를 정리해 봤습니다.
미니 쿠퍼 컨버터블을 산 이유
한동안 전기차에 빠져 있었습니다. 전기차의 매력은 분명합니다. 일단 편합니다.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워 장시간 운전해도 지치지 않습니다. 유지비도 저렴합니다. 찻값은 비싸지만 충전비로 괜히 절약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부담이 덜합니다.
하지만 전기차는 운전의 즐거움과는 거리가 멉니다. 순간 가속을 제외하면 지루하고 따분할 뿐입니다. 타면 탈수록 점점 아저씨가 되어가는 기분이랄까요? 그래서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예산은 3,000만 원 미만으로 잡았습니다. 목표는 ‘진짜 아저씨가 되어버리면 타기 힘든 자동차로 기변하기’. 이렇게 타깃을 정하고 차근차근 모델을 좁혀 나갔습니다.
미니 쿠퍼 컨버터블은 제가 정한 조건에 딱 맞습니다. 가격이 저렴합니다. 3세대 중기형이라면 2,000만 원 초중반으로 보험 이력 없고 주행거리 적당한 매물을 구할 수 있습니다. 2도어에 오픈 에어링이 된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몇 년 뒤에 이걸 탄다면 “저 아저씨 뭐야” 소리 듣기 딱 좋은 모델이죠. ‘S’ 배지 달았다고 나름 빠르게 달릴 줄도 압니다. 그래서 미니로 골랐습니다.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렇게 미니 쿠퍼 컨버터블을 들여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9년 10월쯤, 연식 변경을 앞두고 대대적인 할인이 한차례 있었는데요. 그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신차로 출고한 적이 있습니다. 심지어 컬러도 똑같은 스타라이트 블루 컬러입니다. 탔던 차를 완전히 동일한 구성으로 다시 구매한다는 게 스스로도 참 아이러니합니다.
출고가는 4,000만 원 중반대로 기억합니다. 역대급 할인에 “어머 이건 사 야해!”가 절로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쌌습니다. 당시 그랜저 IG 3.3 셀러브리티가 4,270만 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구매한 중고는 2,000만 원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50%나 감가가 됐습니다. 이제는 아반떼 값에 구할 수 있어 훨씬 합리적입니다.
쿠퍼 ‘S’ 컨버터블로 고른 이유
미니는 운전이 재밌습니다. 작은 차체와 야무진 하체로 굽잇길을 빠르게 달릴 수 있습니다. 노말 미니도 충분합니다. 다만 쿠퍼 S에 비하면 밋밋합니다. S부터는 일명 ‘팝콘 소리’를 낼 줄 압니다. 엑셀을 깊게 밟으면 거친 숨을 들이쉬는 듯한 흡기 소리도 냅니다. 오픈하고 달리면 이런 재미는 배가 됩니다. 쿠퍼 S는 성능뿐만 아니라 감성 면에서도 장점이 더 많습니다.

JCW 컨버터블이란 선택지도 있습니다. 고성능 배지를 단 만큼 더 빠르고, 더 폭력적입니다. 하지만 일상에선 가끔 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시종일관 단단해 편하게 주행하기 어려운 녀석이죠. 그에 반해 쿠퍼 S 컨버터블은 훨씬 부드럽습니다. 특히 승차감은 데일리카로도 손색없을 정도여서 자동차를 한 대만 굴려야 하는 상황에선 더욱 적합한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만난 미니, 3,000km 주행 소감은?
아직까지는 만족 중입니다. 전기차에서 다시금 내연기관차로 넘어온 터라 답답하지는 않을지 걱정했는데요. 나름대로 괜찮습니다. 작은 차체에 토크가 좋아 고속도로에서 꽤나 잘 달리고, 콤포트 타이어를 달고도 굽잇길에서 요리조리 움직일 줄도 압니다. 스포츠 모드로 놓고 쏘면 “오~ 제법인데” 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아드레날린까지는 아니지만 도파민은 충분히 나오는 차예요.
효율도 나쁘지 않습니다. 3,000km 타는 동안 누적 연비는 11.1km/L를 기록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는 L 당 18km까지 기록하기도 합니다. 물론 옥탄가 95 이상의 고급 휘발유를 먹기 때문에 지출은 커졌지만, 합당한 대가라는 생각입니다. 노말 미니에 고급유 넣는 것보다야 훨씬 낫습니다.
참고로 2020년형부터는 변속기가 바뀌었습니다. 토크컨버터 방식의 6단 자동변속기에서 7단 DCT로 바뀌었는데요. 이로써 연비는 물론 주행성도 더 좋아졌습니다. 만약 중고로 미니 쿠퍼 컨버터블을 고려하고 있으시다면 연형에 따른 차이점을 참고하세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차량 대금을 지불하고 운전대를 잡는 순간 바로 떠올랐습니다. “아, 얘 시끄러웠지”. 미니 컨버터블은 소프트톱 특성상 잡소리가 많이 납니다. 특히 측면 유리가 닿는 데서 소음이 일어나는데, 주기적으로 고무 보호제를 발라줘도 소용이 없습니다. 온도에 따라 소리 나는 위치가 바뀌는 점도 환장할 노릇이죠. 잡소리에 민감하다면 소프트톱은 피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실내 공간 자체는 2인이 타기에 의외로 여유롭습니다. 이따금 뒷자리에 사람 태울 일이 있어도 짧은 거리라면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짐을 조금이라도 싣게 되면 후회가 밀려듭니다. 마땅히 놓을 데가 없거든요. 뒷자리 폴딩이 된다지만 부피가 큰 짐을 실어야 한다면 난처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확실히 메인카로 타기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이 밖에 소소한 장단점은?
[장점]
1. 세월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안팎 디자인.
2. 아기자기하게 꾸밀 수 있는 파츠가 많음.
3. 의외로 낮은 시트 포지션.
4. 생각보다 부드러운 승차감(포장 잘 된 고속도로 한정).
5. 에어컨 작동하면 실내가 빨리 시원해짐.
[단점]
1. 오픈하려면 버튼 꾹 누르고 있어야 함.
2. 이마저도 30km/h 넘어가면 작동 불가.
3. 차체가 짧아 과속방지턱 지나면 우당탕탕.
4. 캡 모자 쓴 것처럼 신호등이 안 보이는 전면 유리.
5. 사상 최악의 정비성. 캐빈 필터 하나 바꾸려면 무려 30분.
후회는 없습니다.
헤이딜러의 동료가 그러더군요. “뚜껑이 열리지 않는 차는 수단일 뿐”이라고. 그의 말에 100% 공감합니다. 미니 쿠퍼 컨버터블은 단순한 이동수단 이상의 가치를 품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합리적인 가격까지 매력적이지요. 2,000만 원대 예산으로 따분한 일상에 즐거움을 주는 차를 꼽으라면, 이 녀석은 여지없이 추천할 만한 선택지입니다.
인생은 짧습니다. 지르세요!